2023년 CJ제일제당 위기인가 저평가인가

CJ제일제당 제품

 

서두

 

필자는 미국 중부에서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당연히 월마트에 자주 들리고 이때 정문 앞에서 꼭 마주치게 되는 광활한 냉동식품 코너는 계산대로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합니다. 예전보다 부쩍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저는 군대 PX에서 냉동만두를 질리게 먹기도 했고 비비고의 현지화된 가격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아직 사본 적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비비고의 제품은 수많은 미국 냉동제품들 중 유독 눈에 띕니다.

 

미국 월마트 냉동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의 수많은 냉동제품 패키징들은 길게 늘여진 치즈, 진한 육즙을 터트리며 썰리는 스테이크 등 마치 없던 냄새도 만듭니다. 하지만 필자의 것처럼 늠름하고 실해 보이던 핫도그 제품도 막상 까보면 고양이 똥꼬로 빗은 것 같이 볼품없는 핫도그이고, 건드리면 이두박근할 것 같던 스테이크 제품도 까고보면 군대리아 패티 사촌뻘 정도 됩니다. 이 정도면 식품관련주에 고급 잉크 제조업체도 추가해볼까 합니다.

 

본 상품 이미지는 실제와 다르다는 걸 아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면 혈관보호 본능에 조건반사로 식욕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비비고의 시그니처 색인 초록색 패키징은 다소 심심하게 다가옵니다. 제품 이미지도 실제품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플한 패키징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저에겐 마치 "나 건강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맛도 좋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 K-푸드 효과를 톡톡히 보는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사실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심상치 않습니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국내 최대 종합식품업체입니다. 2007년 CJ의 제조 사업부문에서 인적분활되어 식음료과 생명공학 회사로 시작됐습니다. 식품(설탕, 냉동식품, 밀가루, 조미료), 바이오(아미노산, MSG, 라이신, 핵산), 동물사료, 물류 등의 사업을 하고 있고,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이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현재 상황

CJ제일제당의 현재주가는 276,500원으로 코로나 19 초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낙폭입니다. 이러한 낙폭 뒷배경에는 여러 복합 요인이 있습니다.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역성장은 1년 가까이 됐고 이에 더해 바이오 사업부의 업황 부진까지 겹쳤습니다. CJ제일제당은 오래 구축해온 브랜드 파워가 있음에도,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는 다소 줄었고 현재 시장에는 저렴한, 흔히 가성비 좋다 말하는 브랜드들도 포진해 있습니다.

 

1분기 실적(대한통운 제외, 단위=억 원)

1. 원가 부담에 따른 순이익 감소

비싸진 원가는 CJ제일제당 뿐만이 아닌 세계 식음료 업체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매출은 소폭 늘었음에도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CJ제일제당 1분기 매출은 7조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 늘었고 영업이익은 2528억원으로 42%씩이나 줄어들었습니다. 크게 오른 원가에 영업이익은 줄었는데, 그 동안 식품 가격이 인상되어 왔던게 결국 판매량 부진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2. 유통업체와의 갈등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갈등으로 납품단가 협상이 반년 넘게 늦춰졌고 이에 일시적인 매출하락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매출액은 전년대비 4.6% 감소한 8679억원이며 이 중 13%는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매출하락은 일시적이지만,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다수 보유한 CJ제일제당과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25%인 쿠팡 사이의 갈등은 양사에 큰 손해입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이마트, SSG닷컴, G마켓, 네이버쇼핑, 컬리 등과 파트너십 또는 협약을 맺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자구책을 내놓았는지는 해당 기사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https://www.dailian.co.kr/news/view/1253994)

 

3. 바이오 사업의 업황 부진

그린바이오자연에서 얻고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바이오테크 기술입니다. 기후위기가 이젠 삶에서 느껴지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인류족속 위기에 직면하면서 미래 먹거리 대안으로 그린바이오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세계 그린바이오 시장 규모는 190조원이고 매년 8%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백설, 비비고로 친숙한 CJ제일제당은 사실 그린바이오 쪽에서도 강자입니다. 후발주자였음에도,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5품목(라이신, 트립토판, 알지닌, 발린, 히스티딘)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고 핵산(해산물, 버섯, 이스트, 과일 등에 풍부하며 음식의 감칠맛을 높임)에서도 50%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화학 공법 대신 미생물 공법 및 발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고부가 가치 산업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것입니다. 다만 바이오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89% 감소한 12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원가는 올라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 더해 현재 세계 축산 시장은 불황으로 바이오사업 주력 제품인 사료첨가제용 아미노산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료와 축산을 담당하는 CJFeed&Care이 본 적자는 467억 원입니다. 곡물가가 올랐고 주요 사업 국가인 베트남의 양돈 가격 하락으로 수익방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바이오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25% 정도를 가진 만큼 이러한 상황이 CJ제일제당 주가 낙폭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바이오 첨가제 판가는 하락했으며 아마 내년에도 그 동안 보여주었던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평가인 이유

1. 동종 업종보다 낮은 PER

CJ제일제당의 단기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PER이 7.6배로 역대 최저 낙폭이며 그럼에도 기업의 현재와 미래 밸류에이션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주가가 276,500원인 것은 심한 저평가이지 않나 싶습니다. 올해 초 주가가 34만원일 때부터 저평가 얘기가 나왔으며 지금은 이보다 한참 낮은 27만원대입니다. 당사 이익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계속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3분기 가까이 저평가를 받아 왔으니 지금쯤이면 충분히 반등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CJ제일제당의 주가가 이렇게 급락했던 때는 코로나 19 초 뿐이며 다른 음식료 업종 평균 PER이 9.6배인 것과 비교해 이는 20%이상 낮습니다.

 

2. 추가예정

 

앞으로 긍정적 요인들

1. 외식 물가 상승과 반사이익 기대

출처: 식품외식경제 뉴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최근 한국 외식 물가 상승이 가파르다는 걸 체감하셨을 겁니다. 모든 것이 비싸지는 중이지만 특히 비싸진 외식 물가가 가장 체감되기 쉽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8대 외식 품목 가격의 상승률은 전년보다 10.9%외식을 올랐으며, 이는 1992년 이후 30년만의 최고치입니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간편히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는 코로나가 끝나도 증가할 것이며 이는 비단 국내 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신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무난히 침체된 시장을 피해갈거라 기대됩니다. 

 

2. 본격적인 해외 수출 기대

CJ제일제당의 국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음에도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50%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원가 부담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이처럼 해외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https://www.schwanscompany.com/

CJ제일제당은 미국의 유명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2019년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2년만인 2021년 대미 매출은 10배로 뛰었고 그 다음해인 2022년, 슈완스 - CJ Foods USA 통합을 하였고 이제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매출 5조 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회사 전체로는 19조 원이란 역대 최대의 매출 실적을 쌓았습니다. 한류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K-푸드의 선두봉이라 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은 발빠른 움직임과 좋은 결과를 보여줬으며 앞으로의 해외수출 전망도 밝습니다.

 

슈완스 살리나 피자 공장 조감도 (출처: CJ제일제당)

2023년 5월에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완공하였습니다. 기존 캔자스주 살리나에 있던 4만㎡ 피자 공장을 증설하여 9만㎡(축구장 12개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확보했습니다. 더하여 살리나 공장 내 물류센터를 오는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해외매출 상당수가 미국에서 이뤄지는데 시설 확장을 통해 미국 내 식품사업이 확대될 것입니다.

 

미국뿐만 아닌 유럽에서도 매출액이 41% 늘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27년까지 유럽 시장 식품사업 매출을 5000억 원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22년 유럽 시장 매출은 600억 원으로 목표대로만 된다면 여기서 8배로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3. 내년 여름은 뜨거울 예정

일본에서 팔리는 CJ제일제당 미초

날씨가 더울수록 잘 팔리는게 있다면 음료가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다양한 음료를 제조 및 판매를 하는데 그중 건강, 비건 제품에 전문적입니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방구석 탈출 욕구는 커졌습니다. 올 여름은 물론 내년 여름에도 소비자들은 더운 햇볕 아래 시원한 음료를 찾을 것입니다. 특히 제로탄산 음료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하였습니다. 시원한 걸 마시더라도 건강한 걸 찾는 시대인 만큼 건강기능 음료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CJ제일제당의 매출 또한 올라가리라 기대됩니다.

 

식량가격은 내릴 것인가

1. 현재 식량가격은 인하 추세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비싸진 원가에 따른 수익성 약화가 CJ제일제당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주원인인 만큼 당신이 주부 9단이 아니더라도 투자자라면 세계식량가격 지수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부 곡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하락 중이며 이는 분명 CJ제일제당에 희소식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5월에 124.3포인트로 전월 127.7포인트보다 2.6% 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흑해 곡물 협정 연장 덕분에 국제 밀 가격도 안정될 전망이고, 미국과 브라질의 옥수수 생산량 증가도 전망됩니다. 또한 미국 농무부(USDA)는 미국 농업 생산에 일반적이거나 좋은 날씨가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빈곤 퇴치 목적으로 1994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의 국제 금융기관입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식량 가격이 8% 내리고 2024년에 추가로 3% 더 내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관들의 식량가격 하락을 예측했습니다.

 

2. 기후위기, '슈퍼 엘니뇨'

평균기온 예측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식량가격은 내릴 전망이여도 예의주시해야 할 점은 존재합니다. 아직 육류, 쌀, 설탕 가격 등 일부 식량 가격은 상승세라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식량 가격의 주요인으로 올해 여름부터 앞으로 몇 년간 세계기후에 영향을 줄 슈퍼 엘니뇨의 부상입니다. 엘니뇨는 자연현상으로 2~7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국소적인 지역과 국가를 넘어 태평양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는 "현재 신호는 매우 약하나 엘니뇨가 발생할 조건은 갖춰졌으며,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말까지 중간 강도를 초과할 확률은 84%입니다.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엘니뇨는 4년만에 지구촌을 덮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서아프리카 등지에 가뭄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벌써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 태국, 필리핀은 강수량 부족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하였고, 국제 쌀 가격의 표준인 태국산 쌀 수출가는 4개월 간 15% 상승해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7월 21일자 최신뉴스로 인도는 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쌀 품목 이외에도, 인도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 또한 생산량 감소 우려로 약 1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고 이는 2019년 4분기 대비 80% 이상 높은 가격입니다.(+브라질 헤알 환율이 올라 브라질산 사탕수수가 비싸진 원인도 있음) 밀 가격은 인하 추세이나 아직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밀수출 세계 2위인 호주 또한 엘니뇨 영향권 아래이며 강수량 감소로 밀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호주 당국은 23~24년 호주 밀 수출량은 전년 대비 3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3. 결론

전반적인 식량가격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하지만 엘니뇨의 영향으로 세계 기후에 빨간불은 켜졌습니다. 인도, 동남아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이 여전히 엘니뇨에 취약하다는 점과 유럽의 주요 산지는 아직 가뭄을 겪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년간 엘니뇨 영향을 받는 지역의 생산품이냐 아니냐로 나눠 식량가격은 다소 복잡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CJ제일제당과 관련된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